도망 3

헤맴

수도 없이 생각을 정리해보고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나는 지금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달려가는 것을 멈추고 잠시 중단을 선언한 것인지 달려가고 있는 중이라면 나는 과연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것인지 생각이 끝없이 번져나가는 것을 피해 도망쳐 온 여기에서 조차도 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고 무언가 어긋난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로는 더 힘차게 도망가려 애썼다. 멈추지 않는 생각이 저 멀리 도망가는 나를 잡는 순간까지 달리고 또 달리다 또다시 휘말려버리는 것을 반복하는 요즘이라는 나의 시간들이 꽤나 힘들다고 느끼기도, 오히려 꽤나 자유롭다고 느끼기도 한다..

감정의 동물

하루에도 수백번씩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인지라 그 때의 감정을 담으려 무척이나 애를 쓰는 지금이지만 지금의 감정에 다시 짓눌려 주저앉아버린다. 조금 전 엄마와의 통화를 마친 직후 나의 감정상태가 요란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자꾸만 끄집어내고 들추어 내는데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수십가지의 감정들이 내 머릿속부터 온 몸을 비틀고 있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의 공통점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의 상처라고 말하고 싶다. 인지하고 있지만 부정하고 싶고 노력하자마자 포기하고 싶고 누가 자꾸 끄집어내려 하면 더욱 더 회피하게 되는 나의 상처,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하나가 사람 한명을 지옥 속으로 끌어내리고 절대 벗어날..

도망

도망다녔다. 생각하기 싫어서, 생각만 하면 머리 아파서, 생각하기 힘들고 불편해서. 그냥 있고 싶은대로, 나 편한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있고 싶었다. 생각하기 싫다고, 불편해서 미치겠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추지 않는 생각 탓에 가장 효과적인 비상책을 꺼냈다. 유튜브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끌려가게 만드는 신기한 플랫폼인 듯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스타 브레인’ 등의 책의 저자는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가끔, 이를 반대로 이용하는 것 같다. 지배 당하는 사람 말고 지배하는 사람, 끌려다니는 사람 말고 끌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가끔은 멍청해지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사는 게 당장은 편하기에. 끊임없이 나를 인도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