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32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내게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사냐고 누군가는 타이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지금 애써 버텨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책임감과 죄책감, 그것들로 얼룩져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비참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현생을 희생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비교해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현생의 불행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좋아하는 일이 영원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로 인해 영원한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행복 이외에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

짊어진 것

끊임없는 죄책감에 속이 뒤틀린다 감당할 수 없어 끝내 마무리지지 못하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책임감 어깨에 맨 것도 없는데 나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땅이 꺼지도록 밑으로 파묻힌다 감당하지 못한 책임감과 나로 인해 일어난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뒤엉켜 나를 옭아매고 지옥으로 걸어가고 있다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음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더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며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 고통을 버텨낼 수 있을까

글을 쓰는 이유

누가 이리 난장판을 만들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돈되어 있는 것 하나없다 누가 그러더라 세상에서 더 많은 슬픔을 느끼도록 태어난 사람들은 결국 글을 쓰게 된다고 그 사람들은 글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픔을 달고 태어난다고 잘 쓰던 못 쓰던 수요 없는 공급이 되어도 태어날 때부터 글을 쓰게끔 태어난다고 나는 슬플 때 글을 쓴다 감정이 요동칠 때 글을 쓴다 나를 표현하려고 나를 드러내려고 나를 알리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글을 쓴다

착불

이 세상에 나는 착불로 왔다 누가 지불해주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가 나를 지불해야 한다 삶은 매양 가벼운 순간이 없어서 당나귀 등짐을 지고 번지 없는 주소를 찾아야 했다 저녁이면 느닷없이 배달 오는 적막들 골목에 잠복한 불안 우체국 도장 날인처럼 쿵쿵 찍혀오는 살도록 선고유예 받은 날들 물건을 기다리는 간이역의 쪽잠 같은 꿈이 담벼락에 구겨 앉아 있다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으로 이 세상에 온 대가를 지불하고 빗방울은 가문 그대 마음을 적시는 것으로 저의 몫을 다한다 생이여! 나는 얼마나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야 나를 지불할 수 있는가 얼마나 더 울어야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 수 있을까 모든 날들은 착불로 온다 사랑도 죽음마저도 권대웅,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中

제목없음

순간이었다. 그리고 찰나였다. 속이 뒤집히고 니글거린다. 생각은 끊기지 않았고 계속 이어져만 갔다. 감정이 정리되길 바라지만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웠던 내 청춘의 감정을 쉽게 버리려는 노력은 사실 말도 안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바라보았고 음미하였다. 이미 다 끝난 일이지만 눈을 감고 떠올릴 때면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기억들로 인해 몇번이고 되새일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수만번 되새기기를 반복 토할 것만 같다 버틴다는 말이 촌스럽다 물을 들이키며 거울 속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담고 싶다 혼자만의 고민으로 괴로워하다 잠들어가는 네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다 수십가지의 감정들로 뒤엉켜 살짝 가져다 대보는 작고 작은 내 손가락 한 마디 너랑은 상관없어 오늘도 간에 들이부은 소주 3병은 그런데 토할 것만..

카테고리 없음 2022.02.08

주어짐

주어졌기에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흘러가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걸까 나만의 존재 이유를 찾은 이들은 정말 그 이유만으로 살아갈까 이유란 존재하지 않고 두려움에 쫓기며 작은 것을 행복이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착각일수도 있음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 속에서는 격한 거부감이 일렁인다. 내가 본 세상에서는 내가 살아가며 느끼는 삶에서는 이유가 존재할 수도 이유가 존재함을 본 적도 없기에 부정이 기본값이 되어있음을 아무도 모르는 걸까

버티는 이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사실 모두가 공감할 것 같은 이 말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전쟁 같고 겨우겨우 버텨내는 숙제와 같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가 찬란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보장도, 지금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뤘을 때에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왜 우리는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나날들을 열심히 버텨내면 살아가는 것일까? 혹시 우리는 더 이상의 슬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애써 버텨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부서진 조각

어떠한 감정으로 사는 건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내는 건지 지금을 버텨내는 건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생각을 멈추려 온몸을 비틀며 애쓰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소용이 없어져 버렸다. 생각이 멈추고 잠시의 즐거움이 지나간 후에는 전보다 더한 후폭풍이 몰려온다. 현실을 도피한 그곳이 오히려 더 낭떠러지였던 것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을까 혹시 모른다.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나를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한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즐거움이 순식간에 왔다 가고 텅 비어버린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조그마한 것들이 점점 더 부풀어 내 안에서 터져버리기 일수이다. 도망쳐 온 이곳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 버린 순간 모든 것들이 새까매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지금 당장 이 순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