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5

짊어진 것

끊임없는 죄책감에 속이 뒤틀린다 감당할 수 없어 끝내 마무리지지 못하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책임감 어깨에 맨 것도 없는데 나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땅이 꺼지도록 밑으로 파묻힌다 감당하지 못한 책임감과 나로 인해 일어난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뒤엉켜 나를 옭아매고 지옥으로 걸어가고 있다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음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더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며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 고통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익숙함

익숙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지라도 살다 보면 익숙함에 젖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익숙함과 겸상하기도 힘들어하는 내게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는 요즘 점점 익숙함에 대한 분노가 커져만 간다. 여기서의 분노는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닌 비슷한 것에 대한 분노인 듯하다.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이곳저곳 발을 담글 때마다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이 두 팔 벌려 나를 맞이하곤 한다. 찰나의 새로움도 금세 익숙함으로 돌변해버리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날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인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에 진절머리가 나버린 내게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점차 커져만 간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 더 짜릿한 것, 새로운 자극을 가져다..

감정의 동물

하루에도 수백번씩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인지라 그 때의 감정을 담으려 무척이나 애를 쓰는 지금이지만 지금의 감정에 다시 짓눌려 주저앉아버린다. 조금 전 엄마와의 통화를 마친 직후 나의 감정상태가 요란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자꾸만 끄집어내고 들추어 내는데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수십가지의 감정들이 내 머릿속부터 온 몸을 비틀고 있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의 공통점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의 상처라고 말하고 싶다. 인지하고 있지만 부정하고 싶고 노력하자마자 포기하고 싶고 누가 자꾸 끄집어내려 하면 더욱 더 회피하게 되는 나의 상처,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하나가 사람 한명을 지옥 속으로 끌어내리고 절대 벗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