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6

끌림

무언가에, 어떠한 대상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내게 없는, 내게 결여된, 내게 부족한 것을 지니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정의하지 않은 ‘부족함’이라는 개념의 기준을 내 나름대로 세워두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찾아보기 시작한다. 부족함을 채우는 조각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면 부족함이 없어지는 ‘완벽’, 혹은 ‘완성’이라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니, 사실 착각하곤 한다. 그리고 부족을 채우는 조각들을 존경하기 시작하고 그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존경심으로 시작해, 깊게 깊게 파고드는 일이 일어나면 그 대상과 일체가 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사로잡힌다. 이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이유는, 부족함에서 ..

돌아올 곳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은 없는 것 같다. - - - 돌아올 곳이 있기에 헤맬 수 있고 돌아올 곳이 있기에 도전할 수 있다. 끊임없는 질문 가운데 느리더라도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확신이 있기에 멈출 수 있고, 잠깐의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조급하지 않을 이유가 되어주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 잠시의 헤맴 속에서 한 마디

보통의 또라이

제목부터 신선함을 가져다주었던 ‘또라이들의 시대’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문구부터 소개하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미친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할까?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 이미 미친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실제로 이 미친 또라이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나 자신을 또라이라고 치부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항상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결코 특별하지도 비범하지도 않지만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생각을 끝도 없이 끌고 가..

마음이 담기지 않는다면 지속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내면서 지금의 불편함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사실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기에는 당장의 편안함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을 선택하는 날들이 쌓이다 보면 내 현재 상태를 직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망할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생각 때문에 한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든 듯하다. ‘해야 되는데..’ 라는 말로 하나둘씩 더 깊숙이 밀어 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처럼 생각 자체를 멈춰버린다. 아니, 회피해버린다. ‘시작’ 그 자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나에게 국한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욱더 가치 있고, 더욱더 용기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모..

도망

도망다녔다. 생각하기 싫어서, 생각만 하면 머리 아파서, 생각하기 힘들고 불편해서. 그냥 있고 싶은대로, 나 편한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있고 싶었다. 생각하기 싫다고, 불편해서 미치겠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추지 않는 생각 탓에 가장 효과적인 비상책을 꺼냈다. 유튜브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끌려가게 만드는 신기한 플랫폼인 듯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스타 브레인’ 등의 책의 저자는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가끔, 이를 반대로 이용하는 것 같다. 지배 당하는 사람 말고 지배하는 사람, 끌려다니는 사람 말고 끌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가끔은 멍청해지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사는 게 당장은 편하기에. 끊임없이 나를 인도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다보..

Talk to people

사진작가들의 신념 혹은 명언들은 사진의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 가져온 글은 지난번 글에서의 나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글인 것 같다. "Talk to people"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라고 불린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는 항상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가 추구한 자연스러운 빛을 활용한 솔직한 사진의 핵심은 인물과 사건이 스스로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진정성을 얻기 위해 그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사건 속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되었다. 누군가의 생김새만 아는 것과 그의 목소리, 더 나아가 그의 생각과 그를 둘러싼 시간과 환경을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이야기가 담긴 순간을 찾아내는 데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

Get closer

지난 글에서는 사진관에서 만난 흑백사진의 매력에 대해 다루었다면 오늘은 사진관에서 만난 '사진의 정의' 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사진에서 엿볼 수 있었던 많은 이야기와 달리 사진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진관 이곳저곳에는 사진 작가들의 신념과 명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의 말들을 엿볼 떄면 나는 그 자리에서 5분이고 10분이고 멈추어 생각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무엇이든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갖고 처음이 무엇인지 본래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것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라는 세계관이 자리잡혀 가고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 "Get Closer" 좋은 사진을 ..

흑백사진

생애 처음으로 사진관에 다녀왔다. 오다가다 전시된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돈 들여 시간 들여 사진관에 직접 방문해 사진을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이후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왜 사진이 예술로 정의되는지, 사진을 통해 무엇이 전달되는지, 사진작가들의 사진에는, 어떠한 시선들이 담기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책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도 찾아보았지만 사진관만큼 자세하고 사실적이게 드러나는 곳은 없기에 사진관에 발을 디뎠다. 사실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약속이 취소된 당일, 계획도 없이 뇌가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은 사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진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으면 약속이 취소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사진관으로 향했을까 싶다. 사진..

이미, 그리고 미리

시대를 미리 보고 앞서가는 것. 사실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데 이미 다 가졌기에 믿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만 다른 것에서 찾으려 애쓴다. 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당장 내게 도움되는 것처럼 보이기에 자꾸만 따라가게 되고 애쓰게 된다. 책에서, 전문인들의 말에서, 주변인들의 말에서, 학업에서, 나와 미래를 찾으려 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기에. - - - 생각은 따라갈수록 끝없이 늘어지는 듯하다. 끝나지도 않는 내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린다. 생각이 얽히고 얽혀 복잡해지는 순간을 넘어 끝없이 가다 보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내 생각이 애초에 처음부터 틀린 것은 아닌지 본질로 돌아가 있게 된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아무것도 모르겠다'의 상태로 들..

나를 위한 교육

내 관심 분야는 교육이 아니다. 나의 미래를 그려볼 때, 교육과 관련된 것이라고는 정말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자퇴생이다. 모두가 동일하게 받는 학교 교육을 나는 받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나를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지금을 위해, '교육'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정해진 수업이 없다면 수업을 정하면 되고 누군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실행에 옮기면 된다. 학교와 부모가 알려주는 대신, 책과 인터넷을 통해 배우면 되고, 따라가는 것 대신, 앞서가면 된다. - - - '내가 교육에 관심이 있구나' 스스로 자각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교육에 관한 많은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있었다. 자주 서점에 눌러 앉아 책을 쌓아두고 보는 성격 탓에 책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