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Daily thoughts

Sightenow 2021. 7. 14. 19:01

마음이 담기지 않는다면
지속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내면서
지금의 불편함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사실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기에는
당장의 편안함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을 선택하는 날들이 쌓이다 보면
내 현재 상태를 직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망할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생각 때문에
한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든 듯하다.

‘해야 되는데..’
라는 말로 하나둘씩 더 깊숙이 밀어 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처럼
생각 자체를 멈춰버린다.
아니, 회피해버린다.

‘시작’
그 자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나에게
국한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욱더 가치 있고,
더욱더 용기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하나 둘 멈춰버린 지금,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버튼을 눌러보려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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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한국에 온 지 2년 된 친구였는데,
첫 만남부터 통하는 것이 많아
첫 만남이었지만
대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와 그 친구,
둘 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기에
조금은 버벅거렸던 순간도 있었지만
소통에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시점부터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은 80% 이상이 무슬림인,
무슬림 국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슬림을 종교로 지니고
무슬림의 법이 국가의 법처럼 지켜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 친구 또한
당연히 가정에서부터, 학교,
그의 모든 환경이 무슬림이었다.

그러던 중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무슬림의 신앙을 지키며 살아오던 이 친구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학창 시절 꾸준히 전교 1등을 하며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와 공부를 할 정도로
엘리트인 이 친구는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성실하게 공부해서
전교 1등의 루트를 밟고
상위권의 대학에 들어간 친구였다.

반대로,
이 친구와 학창 시절 친했던 다른 한 친구는
성적과 좋은 대학에는 관심이 없는
머리 좋은 천재였다.

성적과 좋은 대학 진학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한 이 친구는
대학을 다니면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무료함을 책을 통해 달래다
어느 날 종교에는 답이 없다 라고 깨달았다.

답이 없다고 느낀 무슬림이라는 종교를 버리고
더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한 이 친구는,
그러고 마침내 책에서 답을 발견했다.
‘인생에는 답이 없구나’

그리고 나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한 가지였다.

‘자살’

인생에는 답이 없고,
그 무엇도 답이 될 수 없기에
단 한 가지의 선택지를
선택한 것이다.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그에게 답을 주지 못했고,
이러한 생각 속에 있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들은
내가 만난 우즈베키스탄 친구는
많은 생각 속에 몇 달을 보냈다고 한다.

평생을 믿어온 무슬림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과연 인생의 이유와 답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질문 속에서
답처럼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톨스토이의 ‘고백록’

사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자살을 고민하면서 쓴 책이다.

어느 날 그는 삶이 허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다.
급기야는 자살을 기도했다.
그리고 자살을 기도하던 톨스토이는
신앙을 탐구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서술한 책이 고백록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4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톨스토이는 4번째 사람이었다.

첫 번째 사람은 ‘무지’이다.
무지한 사람들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두 번째 사람은 ‘쾌락주의’이다.
삶에 희망이 없음을 알면서도
눈앞의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다.

세 번째 사람은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삶의 무의미를 깨닫고
인위적으로 삶을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네 번째 사람은 ‘약함’이다.
삶의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끝내려는 결단력이 부족해서
나약하게 삶에 매달려 있다.
그래도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이 친구는 4가지의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자신은 2번째, 혹은 4번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많은 서적들을 찾아보면서
많은 고민 속에 있었다.

그리고 삶의 무의미함에 대해,
삶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 속에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인생에는 답이 없음에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혹시라도 답이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자살이라는 선택 대신
확실한 목표와 목적을 세우고
살아간다.

우리 모두 삶에 있어서 마지막 목적,
이루고자 하는 마지막 선이 있다.

그 친구의 마지막 목표는
우주에 가는 것,
그리고 냉동인간 등의 기술처럼
현생을 마감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친구의 신념과 생각에 대해
듣기 이전에는
특이한 목표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였다.

현생에는 답이 없기에,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답이 없기에,
우주에,
미래에,
다른 어딘가에 있을
그 답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 친구와 이야기하는 내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가 맞다고 확인하고 체험한
그 생각과 신념에,
그리고 그 답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답을 찾아 헤매는 이 친구에게
답을 주려고 지금 나를 이곳에 보내셨는데
생각과 신념에 완전히 사로잡혀
조금도 들을 수 없는 친구를 보니,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되는 것으로
멈추어 서서
더 이상 갱신할 수 없는
이 친구를 보니,

안타깝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질문했다.
지금의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보내신 이유에 대해서.

오늘은 무엇을 성취하시려
이러한 질문을 허락하시나
이러한 만남을 허락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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