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Daily thoughts

도망

Sightenow 2021. 6. 5. 20:10

도망다녔다.

생각하기 싫어서,
생각만 하면 머리 아파서,
생각하기 힘들고 불편해서.

그냥 있고 싶은대로,
나 편한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있고 싶었다.

생각하기 싫다고,
불편해서 미치겠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추지 않는 생각 탓에
가장 효과적인
비상책을 꺼냈다.

유튜브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끌려가게 만드는
신기한 플랫폼인 듯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스타 브레인’
등의 책의 저자는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가끔,
이를 반대로 이용하는 것 같다.

지배 당하는 사람 말고
지배하는 사람,
끌려다니는 사람 말고
끌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가끔은 멍청해지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사는 게
당장은 편하기에.

끊임없이 나를 인도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다보면
생각할 틈은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정신을 반쯤 놓고
재밌게 웃기만 하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있기 마련이다.

나 편한대로 있은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생각하지 않으니
생각을 담아야 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고,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야 하는
내 생각 기록을 남길 수가 없었다.

뭔가가 잘못 되어가는 듯했다.
나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
생각을 하는 게 인간의 본질인데
생각하지 않겠다 몸부림 치는게
과연 정상인걸까?

이 짧은 순간의 생각으로
다시 생각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생각을 안하다
생각을 하려니
몰려오는 그 많은 생각들을
감당해내려니
머리가 남아나질 않았다.

편한 것에 익숙해져
다시 돌아가는 데에는
불편함이 존재했지만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담은 사진을
다시 남기기 시작했고
이렇게 시작된 생각을
오늘부터 다시 글로 담아내려 한다.

몇일,
아니 몇주간의 공백을 끝으로
다시 시작된
생각의 여정.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직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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