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Daily thoughts

흑백사진

Sightenow 2021. 5. 17. 23:10

생애 처음으로 사진관에 다녀왔다.
오다가다 전시된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돈 들여 시간 들여
사진관에 직접 방문해
사진을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이후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왜 사진이 예술로 정의되는지,
사진을 통해 무엇이 전달되는지,
사진작가들의 사진에는,
어떠한 시선들이 담기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책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도 찾아보았지만
사진관만큼 자세하고 사실적이게
드러나는 곳은 없기에
사진관에 발을 디뎠다.

사실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약속이 취소된 당일,
계획도 없이
뇌가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은 사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진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으면
약속이 취소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사진관으로 향했을까 싶다.

사진관에 도착해
표를 끊고 입장하자마자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유명 계정의 사진들을 보면
예술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배경이 많다.

의미를 곱씹어 볼 만한 사진보다는
색감이 예쁘고 배경이 예쁜 사진이 많은데
그러한 사진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하는 생각들이
'사진을 잘 찍는다'보다는
'배경이 예쁘다'인 듯하다.

사진관에 전시된 사진들의 대부분은
흑백 사진이었다.

첫 사진을 보면서는
그저 오래된 사진이기에
흑백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전시장 출구를 나오기까지의
1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흑백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사진에 담긴 색들이 주는 느낌도
너무 아름답지만
흑백이 주는 깊은 매력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헤어 나올 수 없는 그 매력에
빠진 것 같다.

흑백은 색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빛만을 보여준다.

빛에는 밝고 어두운 정도로만
표현되지만
사진 상에서는
그 패턴이 만드는 톤이
크게 드러난다.

윤이 나게 빛날 수도 있고,
혹은 텁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절제와 생략으로 함축된 흑백사진은
단순하지만 무채색의 풍부한 톤과 더불어
더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컬러가 입혀져 있는데,
그 세상을 흑백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새로운 상상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 같아
더 정이 가고, 더 애착이 간다.

100여개의 작품 중 20-30개의 작품에서
오디오 클립을 제공했는데,
그 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마치 그 장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더 나아가 내가 사진작가가 된 듯했다.

흑백사진은
사진을 보는 내내
나를 더 상상하게 만들었고,
내 상상력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채워나갔다.

흑과 백이 만드는
아름다운 한 컷의 사진은
시간을 멈추고
한 순간에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다.

사진관에서 만난
여러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사진만이 가진 큰 힘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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