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생각 Daily thoughts

미래와 선택

Sightenow 2021. 9. 8. 00:01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2년 전부터 관심 있었던 대학에
지원서를 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한국에서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넓어졌었던 것 같다.

대학과 미래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고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막연하게 내가 흥미있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그리던 중에
자연스럽게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 강의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coursera, mooc, edx 등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 공부할 생각은 있었지만
정식 대학들까지 온라인으로 수업이 전환되면서
진지하게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교수님의 강의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내가 굳이 대학에 진학해서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이 시작되는 동시에
함께 시작되었던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대학을 대학 답게 만들고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과연 대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과연 대학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대학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 가운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일어나는 일들’
자연스럽게 여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일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량들.

사실 혼자 공부해도 되는 시대에
굳이 비싼 학비까지 내면서
4년을 꼬박 다니고
스터디를 하면서 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들이 휴학까지 하고
몇 달을 꼬박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가려 용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나와 다른 세계를 보는 것만큼
가치 있는 공부는 없기 때문이다.

학문을 공부하는 그 과정 자체가 가치 있을 뿐이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세계를 맛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다양한 시각을 나누며,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토론문화’와 ‘프로젝트’가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장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었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교육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가진 해외 대학을 만나게 되었다.

2년 동안 오픈데이에 3번도 넘게 참석하면서
대학을 확정하고 내 미래를 설계했다.

글에서는 소개한 적 없지만
개인 맞춤형 데이터(마이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창업이
나의 비전이자 드림이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지도자 정신, 혁신을 배우는
이 대학의 면접은 한 달가량 되었던 것 같다.

성적과 한 두번의 형식적인 면접을 통해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는 다른 대학들과는 다르게
내가 지원했던 이 대학은
한 달 동안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4년 동안 함께 갈지 안 갈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학교가 나라는 사람이 학교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찾는 동시에
나도 내 미래를 함께할 학교가 맞는지 찾아가는 과정도 된다.

한 달가량의 프로젝트 면접이 마무리되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사실 처음 면접 때
손발에 땀이 날 정도 긴장을 넘어
경직되어 있었던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면접을 보면 볼수록
이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내가 추구하는 교육방식과 일치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미래 4년을
이 학교와 함께 갈 수 있겠구나 확신이 될수록
면접 자리가 조금씩 편해졌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오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본질을 질문해주시던 팀 코치들 덕분에
사실 짧았던 한달 가량의 면접을 통해
내 미래가 조금씩 더 구체화 되어가고
내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합격통보를 받고
입학까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입학이 확정되고 대학에 등록하고
입학식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와중에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수면 위로 튀어올랐다.

해외 대학이기에 조금 일찍 지원할 수 있었는데,
사실 과거의 나의 계획에는
올해 대학에 지원할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 준비하고 성장해서
내년에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조금은 느닷없이
조금은 조급하게 지원했었다.

그리고 대학에 지원할 생각이 없었던 과거의 나는
선생님의 비교과 활동 추천 리스트 중에 있었던
인공지능 혁신 학교에 지원했다.

사실 흥미가 생기면
앞뒤 사정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도전하는 성격 탓에
이 또한 무작정 신청했었는데
생각보다 입학 과정이 까다로웠다.

1차 서류전형에서
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소개하고
내 미래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진행했었던
수많은 프로젝트 혹은 포트폴리오 등을 등록하는 것까지의
짧지 않은 서류전형을 거치고
그 후 코딩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사실 작년에 2달 동안 파이썬 기초 잠깐 배운 게 다라서
기초상식도 없는 상태로 코딩 테스트를 보려니
실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코딩 테스트 전날
인공지능에 필요한 수학들을
최고의 선생님 유튜브에게 배우고
무사히 코딩 테스트를 통과했다.

마지막은 토론 면접이었는데
사실 회차가 거듭될수록
긴장감이 배로 뛰었던 것 같다.

면접관과의 일대일 면접도 떨리는데
토론면접이라니,,
지레 겁먹고 면접 보기도 전에 포기하려 했지만
사전에 보내주신 질문지를 토대로
수학부터 인공지능 기초 상식들을 성실히 공부해갔다.
다행히 면접 분위기는 정말 편안했고,
오히려 면접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Learning by Doing”
지원했었던 대학, 그리고 인공지능 혁신 학교,
두 학교 모두 중요시하는 슬로건 중 하나이다.

사실 이 슬로건 하나 때문에 지원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나와 가장 잘 맞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듯하다.

이론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하고 실천하는
보통의 학습 방식과는 다르게
실행하면서 배우는 학습 방식은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3차 면접까지 끝내고
엄청난 고민에 빠진 나는
이틀 동안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각에 끌려다녔다.

사실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대학과 인공지능 혁신학교와는 병행할 수 없기에
인공지능 혁신학교는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면접이 끝나고,
면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 내게
두 가지의 길 사이에서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는
두 가지 모두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간상 병행할 수 없기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고,
결국은 대학을 포기하기로 선택했다.

대학 4년 동안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팀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창업을 하게 되는데,
그 아이디어들을 실현하기에는
인공지능과 코딩만큼 완벽한 툴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마이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내 비전이기에
대학과 병행하며 온라인 강의로 공부할 생각은 있었지만
시대와 맞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인공지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휴학이 힘든 대학에 입학하기 이전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입학식까지 마무리하고 학기 시작 이틀 전에
입학을 취소했다 해야 할지,
자퇴를 했다 해야할지 감이 안 오지만
준비하고 진행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구체화되고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아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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