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32

버티는 이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사실 모두가 공감할 것 같은 이 말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전쟁 같고 겨우겨우 버텨내는 숙제와 같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가 찬란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보장도, 지금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뤘을 때에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왜 우리는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나날들을 열심히 버텨내면 살아가는 것일까? 혹시 우리는 더 이상의 슬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애써 버텨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부서진 조각

어떠한 감정으로 사는 건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내는 건지 지금을 버텨내는 건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생각을 멈추려 온몸을 비틀며 애쓰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소용이 없어져 버렸다. 생각이 멈추고 잠시의 즐거움이 지나간 후에는 전보다 더한 후폭풍이 몰려온다. 현실을 도피한 그곳이 오히려 더 낭떠러지였던 것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을까 혹시 모른다.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나를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한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즐거움이 순식간에 왔다 가고 텅 비어버린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조그마한 것들이 점점 더 부풀어 내 안에서 터져버리기 일수이다. 도망쳐 온 이곳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 버린 순간 모든 것들이 새까매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지금 당장 이 순간이라..

익숙함

익숙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지라도 살다 보면 익숙함에 젖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익숙함과 겸상하기도 힘들어하는 내게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는 요즘 점점 익숙함에 대한 분노가 커져만 간다. 여기서의 분노는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닌 비슷한 것에 대한 분노인 듯하다.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이곳저곳 발을 담글 때마다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이 두 팔 벌려 나를 맞이하곤 한다. 찰나의 새로움도 금세 익숙함으로 돌변해버리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날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인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에 진절머리가 나버린 내게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점차 커져만 간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 더 짜릿한 것, 새로운 자극을 가져다..

불편함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다. 편하지 않음을 불편함이라 일컫는데, 사실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기에 표현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라는 감정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듯하다. 찰나의 순간, ‘어? 불편하네?’로 시작되는 감정이 점차 ‘불편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역동적인 감정으로 바뀌었다.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숨통이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손으로 귀를 막게 되고 그 자리를 피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충동이 순간순간 차오른다. 그리고는 그 순간부터 끊이지 않는 생각이 시작되어 순식간에 인생의 끝에는 답이 없다는 종착점에 도달해버린다. 그리고 답에 도달하는 그 순간 손에 애써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놓아버린다. 그 자리에..

감정의 동물

하루에도 수백번씩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인지라 그 때의 감정을 담으려 무척이나 애를 쓰는 지금이지만 지금의 감정에 다시 짓눌려 주저앉아버린다. 조금 전 엄마와의 통화를 마친 직후 나의 감정상태가 요란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자꾸만 끄집어내고 들추어 내는데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수십가지의 감정들이 내 머릿속부터 온 몸을 비틀고 있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의 공통점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의 상처라고 말하고 싶다. 인지하고 있지만 부정하고 싶고 노력하자마자 포기하고 싶고 누가 자꾸 끄집어내려 하면 더욱 더 회피하게 되는 나의 상처,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작은 하나가 사람 한명을 지옥 속으로 끌어내리고 절대 벗어날..

이해

주변 사람들이 이 과정에 대해 물을 때마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고 대답하는 나를 인지할 때마다 문뜩 놀라게 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나와 잘 맞고 생각보다 더 흥미를 느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듯하다. 무엇이든 ‘새로움’을 좋아하는데, 그 대상이 흥미있다면 사실 두 배 이상으로 애정이 가게 된다. 어렵지만 신기하고 새로운 개념을 매일 익히게 되는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흥미있는 분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교육방식 때문일까? 오늘도 여김없이 9시 반에 모여 출석체크를 하고 팀별로 모여 자유롭게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이라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게임 튜토리얼을 읽는 듯한 쉽고 재미있는 노드로 개념을 익히고 함께 코드를 쳐보며 익혔다. 오늘 노드 주제는 “개발자를 위한 첫 번째 필수 ..

끌림

무언가에, 어떠한 대상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내게 없는, 내게 결여된, 내게 부족한 것을 지니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정의하지 않은 ‘부족함’이라는 개념의 기준을 내 나름대로 세워두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찾아보기 시작한다. 부족함을 채우는 조각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면 부족함이 없어지는 ‘완벽’, 혹은 ‘완성’이라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니, 사실 착각하곤 한다. 그리고 부족을 채우는 조각들을 존경하기 시작하고 그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존경심으로 시작해, 깊게 깊게 파고드는 일이 일어나면 그 대상과 일체가 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사로잡힌다. 이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이유는, 부족함에서 ..

돌아올 곳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은 없는 것 같다. - - - 돌아올 곳이 있기에 헤맬 수 있고 돌아올 곳이 있기에 도전할 수 있다. 끊임없는 질문 가운데 느리더라도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확신이 있기에 멈출 수 있고, 잠깐의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조급하지 않을 이유가 되어주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 잠시의 헤맴 속에서 한 마디

보통의 또라이

제목부터 신선함을 가져다주었던 ‘또라이들의 시대’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문구부터 소개하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미친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할까?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 이미 미친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실제로 이 미친 또라이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나 자신을 또라이라고 치부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항상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결코 특별하지도 비범하지도 않지만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생각을 끝도 없이 끌고 가..

마음이 담기지 않는다면 지속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내면서 지금의 불편함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사실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기에는 당장의 편안함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을 선택하는 날들이 쌓이다 보면 내 현재 상태를 직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망할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생각 때문에 한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든 듯하다. ‘해야 되는데..’ 라는 말로 하나둘씩 더 깊숙이 밀어 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처럼 생각 자체를 멈춰버린다. 아니, 회피해버린다. ‘시작’ 그 자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나에게 국한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욱더 가치 있고, 더욱더 용기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모..